엑시트가 뭔가요?
건물마다 피치 못할 사고나 사건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문이 있다. 흔히 비상구라고 부르는 이곳은 간간히 훈련 중에 대피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도 합니다. 오늘 다뤄볼 영화 엑시트는 바로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원어의 뜻을 알아보자면 '나가다', '떠나다' 는 등의 행동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로 공공건물이나 탈 것의 출구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며, 주로 문 상단에 초록색 배경에 달려 나가는 듯한 아이콘으로 표시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크게 활용할 일이 없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재난 상황에서 유용하게 이용하며, 말 그대로 살아나갈 수 있는 문이 된다. 때문에 늘 위치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영화 엑시트 역시 매번 주인공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생존 루트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스포주의] 코믹과 재난탈출극의 콜라보
포스터 속을 보면 100퍼센트 재난 영화라는 로고를 볼 수 있다. 뭔가 우리가 상상하는 재난이라면 세상이 뒤집히고 온갖 괴물이들이 난자한 상황이나 천재지변을 떠올리지만 영화 엑시트는 가상이긴 하나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사태에서 코믹적인 요소를 녹여낸 작품이다.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 이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 실패로 집에서든 밖에서든 눈칫밥만 먹고 있는 주인공 용남.
그런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심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나날이 의기소침해져 가고 있다.
어느 날 온 가족이 참석한 어머니 칠순 잔치에서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한 동아리 후배 의주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칠순잔치가 무르익던 와중 의문의 연기가 빌딩 전체를 휘감는다. 빠르게 피어오르며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도시전체는 유독가스로 뒤덮이며 일대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용남과 의주는 산학 동아리 시절 쌓아 뒀던 모든 체력, 스킬, 경험을 되살려 탈출을 향한 놀라운 기지를 발휘한다.
가스는 지상에서부터 빠르게 차오르고 높은 곳으로 계속해서 올라가야지만 살아남는 상황이 되자 용남과 의주는 창문 밖 외벽과 좁은 공간을 통해 위층으로 기어오르고 점프하면서 이동한다. 어렵게 옥상에 다달았지만 구조 헬기는 다른 사람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고 이 와중에도 어떻게든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구조요청은 결국 닿지 못했고 더 높은 건물,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극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옆 건물로 로프없이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주가 겁에 질려 주저하자 용남은 의주를 다독이며 손을 내미는 장면으로 용남이 보다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리드하는 모습이 초반부 마냥 백수 같던 모습과 정반대의 느낌을 주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 외에도 코믹적인 요소들을 중간중간 볼 수 있는데 구조 요청을 위해 소화기를 흔들다가 공중으로 뜬금없이 발사키는 장면, 확성기를 통해 구조요청을 하던 중 자기 목소리가 본인만 들리게 작동하는 장면 등 재난 영화라는 소재가 자체가 주는 무거움을 현실 코믹 모먼트를 통해 한 꺼풀 덜어내 주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기
영화를 보며 느꼈던 점은 극 중 주인공들처럼 산악, 클라이밍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극 중간중간 어설프긴 하나 구조신호 보내는 방법, 탈출을 목표로 체력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상황으로 인한 감정표현, 노골적인 멘트 등 이런 점들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사람 냄새가 나는 어설픔이나 코믹한 요소가 관람객들이 느끼기에 충분한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상의 충분히 있을 법한 일들을 바탕으로 그려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 엑시트는 어디까지나 허구입니다. 하지만 이를 관람한 도시재난 생존 전문가에 따르면 극 중 등장하는 여러 정보들이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용가능한 대처법이 꽤 포함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고 합니다. 픽션이지만 충분히 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교육자료가 된 셈입니다.
영화 엑시트는 현재 넷플릭스를 비록산 티빙, 왓챠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시청하는 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