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조부의 그림자" 묫바람이야
파묘. '깨뜨릴 파', '파묘 묘', 말 그대로 '묘를 깨뜨린다.'라는 의미.
영화 파묘는 미국 LA에 부유한 가정에게 거액의 의뢰비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이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이야기다.
화림과 봉길은 알 수 없는 귀신병이 대물림되어 자신의 아이까지 해치려 한다는 의뢰 내용을 듣고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는 이마에 센서를 붙인 갓난아이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두 사람은 확인 결과 이 병이 단순한 귀신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후 화림은 아이의 엄마와 집사에게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하며 자택으로 이동하자고 말한다.
저택에 도착해서 만나게 된 이는 의뢰인 박지용. 그는 지금까지 집안에서 일어난 의뭉스러운 일들을 모두 말하게 되고 화림과 봉길은 이 문제가 단순히 병의 개념이 아닌 핏줄들을 누르고 있는 조부의 그림자. 바로 묫바람(산소탈)이라고 말해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더 필요하다며 일단락된다.
또 다른 주연인 풍수사 김상덕, 장의사 고영근은 파묘 작업을 하는 이들로 묫자리를 알아봐 주고, 관을 이관하는 일을 하고 있다. 봉길과 화림은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사람을 찾아가 미국에서 받은 의뢰에 대해 설명한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끼며 거절하고 싶었지만 다가오는 딸의 결혼식을 위해서 거액의 의뢰를 수락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 사람은 의뢰인 지용의 조상 묘를 향해 발걸음을 움직인다. 잠시 뒤, 도착한 일행은 묫자리를 보며 무언가 불길함을 감지한다. 묫자리를 확인하던 상덕은 평범한 자리가 아님을 단숨에 알게 된다.
영화 속에서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 4가지
첫 번째, 영화 '파묘'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항일적인 요소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독립운동가에서 따온 것이다.
*김상덕 :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
*박화림 : 독립운동가이자 여성 사회운동가
*윤영근 : 독립운동 단체에서 활동한 인물
*윤봉길 : 독립운동가 활동을 한 의사
이 외에도 영화에서 나오는 보국사라는 절의 이름과 차량 번호판 0301,0815는 3.1절과 광복절을 의미하는 등의 디테일을 통해 항일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두 번째, 뱀(누레온나)의 등장
대살굿을 끝내고 나서 마무리를 하던 과정에서 땅속에서 시커먼 털로 뒤덮인 뱀 한 마리가 나오고, 그걸 파묘 작업을 하던 인부 한 명이 머리를 찍어 죽이면서 찢어질 듯한 괴소리와 함께 온 산을 울리며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그 후로 그 인부는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동티'에 시달린다. 동티는 영적인 존재를 모욕하거나 잘못 건드렸을 대 병에 걸리거나 불운을 겪게 되는 걸 의미하는데 극 중에서는 눈에서 피눈물이 나고 뱀이 기어 다니는 환영에 시달린다.
여기서 나온 뱀은 일본요괴 '누레온나' 였다고 해석하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세 번째, 기순애와 여우(키츠네)의 관계
극 중간에는 의뢰인 지용의 조상묘를 기순애라는 자가 알아봐 준 것으로 나온다. 여기서 기순애는 일본어 '키츠네(여우)'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본의 여우는 오랜 시간 사람을 홀리는 존재로 여겨졌으며 , 영화 속에서는 음양사이자 악의 시초로 등장한다.
또한, 조상묘를 확인하기 위해 올라가는 과정에서 여우가 보였다는 점과 여우와 묘는 원래 상극이어야 한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악의 원흉으로 비추고자 하는 뜻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여우가 호랑이의 척추를 끊었다는 의미'
극 후반부에서는 최초 의뢰를 받아 파냈던 관에는 매국노가 들어있었고, 그 아래에 관이 하나 더 발견되는데 그 관에는 생전에 다이묘(일본의 각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 중 하나로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일본인이 들어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설 조선의 맥을 끊기 위해 일본인이 이 관을 가져와 아래에 묻고 그 관을 꺼내지 못하게 하도록 그 위에 다른 관을 묻게 했다. 이때 일본인이 들어있는 관은 일본 음양사 기순애가 일본 장군 오니의 신체, 척추에 장군에 칼을 박고 관을 활용하여 민족의 기운을 꺾기 위해 한반도(호랑이로 상징) 허리 부분 위도와 경도를 교묘하게 계산하여 묻었다는 점이다.
영화를 마무리하며
파묘의 전반은 그저 어른들이 모여서 하는 흔한 죽음, 묫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풍수지리적 특성의 언급 역시 이와 유사한 결인 것입니다. 그러나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한 풍수지리적 의미 전달, 귀신을 다루는 무당의 이야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가 등 역사적 요소를 잘 믹스하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의 숨겨진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 장면도 승리에서 끝마치는 것이 아닌 주인공 화림과 봉길은 오니를 물리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존재로 인해 남은 공포와 트라우마가 남은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일제강점기의 충격과 아픔이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순간들을 상기하는 영화였습니다.
독특한 소재와 연기, 영화 연출과 사운드 등의 요소가 잘 어우러져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으며, 흔히 접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 덕분에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였습니다.
현재 파묘는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등 OTT플랫폼을 통해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