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선'과 '박성준', 완벽한 부부의 균열
성운백화점 VIP전담팀 차장 나정선은 박성준의 아내이자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하여 탁월한 업무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으며 밝은 성격으로 팀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덕분에 팀 내에서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인재입니다. 그녀는 어느 날 문자 한 통을 받게 됩니다. 바로 "팀 내부에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쉽지 않았고 점점 누군지도 모를 이에 대한 의심만 키워나가게 됩니다.
박성준은 나정선의 남편으로 성운백화점 VIP전담팀의 팀장이자 정선과 함께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입니다. 말투나 외모는 항상 친절했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이지만 드라마가 전개가 될수록 그의 이면이 점점 수면위로 드러납니다. 성준은 한때 정선에게 따뜻하고 헌신적인 남편이었지만 과거 정선이 유산을 겪은 후 점점 마음의 거리를 두게 됩니다. 유산이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정선이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하는 한편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점점 지쳐가며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공간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했던 관계가 깨지기 시작한 계기는 정선이 받은 문자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정선은 남편의 내연녀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는데 성준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정선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황을 명확하게 잡지 못했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얼버무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온유리' 그녀의 이중성
온유리는 불우했던 환경탓인지 묘하게 움츠러든 태도, 여린 성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듭니다. 유리는 가정불화로 인한 자신의 아픔과 정선과의 갈등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성준의 다친 마음이 동일하다고 생각하며 동질감을 갖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이 성준의 마음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극 중 정선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유리로 밝혀졌고, 정선에게 성준과 이혼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은 초반 어리숙한 유리의 모습과는 완벽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한 이유는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성운백화점의 부사장 하재웅의 혼외자로 밝혀집니다. 가진 것 없던 가난한 일반인이 한순간에 재벌집 딸이 된 것입니다. 부사장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로 VIP 전담팀에 입사한 그녀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스펙도 능력도 뛰어나지 못해 은근히 무시당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성준의 옆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앞서 언급했던 성준의 아픔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준과 유리는 결국 이어지지 못합니다. 극의 후반에는 성준이 유리를 향한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도 하였고 유리 역시 자신이 가진 배경은 그저 허울 뿐이며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춘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이 그저 초라해 보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애틋한 감정이 추악하게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을 저버린 채 유학을 선택합니다.
'VIP'의 두가지 뜻
드라마 VIP는 백화점 상위 1% 고객을 전담 관리하는 부서 전담팀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오피스 멜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담팀의 주요 업무는 성운백화점을 찾은 수많은 고객들 중 단 1%에 해당되는 상류층 고객들의 니즈, 편의 등을 제공하기 위해 그들의 취향,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하며, 그들을 케어하고 백화점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그들만의 맞춤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난 후 VIP라는 단어의 의미가 단순 고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박성준과 온유리의 관계는 진정한 사랑의 개념이라기보단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인한 연민, 안타까움에 기반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진정한 사랑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VIP의 뜻은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자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드라마에서 VIP란 전담팀에서 가장 중요한 상류층 고객들을 지칭하는 말이자 온유리와 박성준이 서로에 갖는 의미를 이중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상류층 고객들을 케어하는 전담팀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남편의 외도를 둘러싼 진실을 파해치며 겪게 되는 감정의 여파는 시청자들에게 큰 여운을 주었습니다.
드라마 VIP는 총 16부작으로 현재 완결난 작품입니다. OTT플랫폼 웨이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